부부가 서로를 부르는 일반적인 호칭이 ‘여보’ ‘당신’이다. 과연 이 호칭이 갖고 있는 의미와 뜻의 무게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사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이 호칭에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통념상 이제 막 결혼한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서로 ‘여보 당신’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결혼한 후에도 연애 시절에 사용했던 익숙한 호칭인 ‘자기야’ ‘오빠’등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그래서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은 결혼 수 십 년차 이상의 중후한 연륜을 가진 부부들이 사용해야 어울린다고 생각해 버린다.
부부간의 호칭사용은 서로를 부르는 것 이상의 인격적인 의미를 지닌다. 부부는 ‘무촌’이다. 한 몸이 되어 너무 가까운 사이이기에 촌수를 메길 수 없기 때문에 무촌인 것이다. 그런데 부부관계에 있어서의 문제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때때로 서로를 함부로 대하는 ‘무례함’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호칭 사용에서부터 서로를 너무 가볍게 대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가까운 사이일 수록 서로를 향한 인격적인 예의가 갖추어 질 때 그 관계가 깊어지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은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라고 말한다.
어느 결혼식에서 주례사가 ‘여보 당신’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보’는 ‘같을 여(如)’자와 ‘보배 보(普)’이며, 이것은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아 부르는 호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보’의 호칭은 남편이 아내를 향해 부르는 호칭이란다. 또한 ‘당신’은 ‘마땅할 당(當)’자와 ‘몸 신(身)’이며, 이것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다는 의미를 담아 부르는 호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호칭은 아내가 남편을 향해 부르는 호칭이라는 것이다.
이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 속에는 부부가 서를 향해 가지고 있는 애정과 존경이 담겨있는 호칭이며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가 느껴지는 부부 관계의 의미가 담겨있는 호칭이다. ‘여보’라는 호칭 속에 남편의 아내를 향한 애정이 담겨있다. 남편은 아내를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야 한다. 성경은 남편들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남편 된 자들아 이와 같이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 저는 더 연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유업으로 함께 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베드로전서 3:7절) 한마디로 성경은 남편을 향해 아내를 “귀히 여겨라!”고 명령한다. 이런 성경적인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는 호칭이 ‘여보’인 것이다. 남편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여보!’하고 부르는 내 아내를 정말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너무나 생각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무심코 대해 버릴 때가 참 많다. 이 성경 말씀에서 아내를 귀하게 여기는 남편의 태도를 두 가지로 언급한다. 하나는 “지식을 따라 동거하고”이다. 지식을 따라 동거한다는 말은 아내에 대하여 연구하라는 말이다. 여자에 대하여, 아내의 마음을 알아보라는 것이다. 지식 없이 대하는 것은 생각 없이 대하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연약한 그릇”임을 알아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는 깨지기 쉬운 그릇과 같다. 그래서 남편은 늘 내 아내의 몸에 “취급주의”라는 푯말이 붙어있다고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 이런 남편의 태도들이 아내를 ‘여보!’라고 부르는 호칭에 걸맞게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역시 ‘당신’이라는 호칭 속에 아내의 남편을 향한 애정이 담겨있다. ‘당신’이라는 말의 의미는 “당연히 내 몸은 곧 내 남편의 몸입니다”라는 고백과 같은 것이다. 사실 여자는 남자에게서 나왔다. 성경은 이 사실을 이렇게 증언한다. “아담이 돕는 배필이 없으므로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취하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창세기 2:20-22절) 인류 최초의 여자 하와는 그의 남편인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 졌다고 성경은 말씀한다. 그러므로 아내는 남편과 떨어진 독립된 존재로 스스로 여겨서는 안 된다. 남편으로 하여금 내 뼈 속에 내 살 속에 내 아내가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리고 아내는 결코 남편을 고독하게 외롭게 놔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태생적으로 남자는 고독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담이 고독하게 혼자 있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시고 여자인 하와를 만들어 아담에게 주셨다. 한국 남편들이 자기 아내를 호칭할 때 조금 천박하게 쓰는 말 중에 “여편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옆에 있네. 옆에 있네. 옆에 있네.”하다가 ‘여편네’가 됐다는 것이다. 아내는 늘 남편에 옆에 떨어지지 말고 한 몸처럼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요즘은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이 뒤죽박죽이 되어 사용된다. 이 호칭이 높이려는 말인지 낮추려는 말인지도 모르고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편과 아내의 역할도 뒤죽박죽이다. 서로에 대하여 보배롭지도 않고 내 몸처럼 여기지도 않는 부부의 예절이 너무나도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하여 ‘여보! 당신!’은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는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