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부터 40년 전, 저는 고2 때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 받는 주일날이 학교 수학여행과 겹쳐서 수학여행 가는 것을 포기하고 받은 세례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받은 세례에 대하여 남다른 마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례 받기 일주일 전에 교회 담임목사님으로부터 문답을 받았습니다. 세례교인으로서 꼭 알아야 할 구원의 진리들, 어떻게 살아야 크리스찬다운 삶을 사는 것인지, 등등을 묻고 대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 주초(술, 담배)문제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술, 담배하면 안 되는데 세례 받고 난 후에 술, 담배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하셨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요. 이 문답이후 지금까지 저는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술, 담배하면 안 된다는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규율 때문이 아닙니다. 40년 전 한 목사님 앞에서 대답한 약속 때문입니다. 이 약속은 그냥 쉽게 세례 받기 위해서 목사님의 통상적인 문답에 의미 없이 한 대답이 아니라 적어도 그 순간 저는 이 대답을 하나님 앞에서 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40넌 동안 그 악속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링컨이 평생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슨 재미로 사오?”라는 말이었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담배 한 대를 권하면 “나, 담배 필 줄 모릅니다.”라고 대답하며 거절했고, 식사하다가 술을 권하면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라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 당신, 담배도 못 피우고 술도 못 미시고 거짓말도 안 하고 남에게 해를 입히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오?”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이것이 그가 평생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 어머니에게 평생 술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시골 무지랭이 나뭇꾼이었을 때도 우체국 직원을 거쳐 우체국장을 하고 상원의원을 지낼 때도 심지어 대통령으로 있을 때까지 그는 자기 어머니와의 약속을 평생 동안 지키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입니다.
약속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인간 된 도리로서 지켜야 할 것 중 하나가 약속입니다. 약속 어기는 것을 밥 먹듯이 하면 인간 소리 못 듣지요. 문제는 우리 주변에 약속을 어겨서 인간 소리를 못 듣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약속이 너무도 쉽게 깨져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치인들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국민들 앞에 온갖 공약을 해 놓고도 정작 당선이 되고 나면 공약 이행을 헌신짝처럼 버립니다. 결혼하는 부부들이 주례 앞에서 하는 그 엄숙했던 결혼 서약은 이제 그냥 결혼하기 위한 요식행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결혼은 거짓말로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나왔을까요?
우리가 믿는 성경속의 하나님은 ‘약속의 하나님’입니다. 우리가 구원받은 것도 하나님의 약속 때문입니다. 성경을 신약 구약으로 부르는 것은 그것이 약속의 책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은 인류의 죄를 구원하시기 위해 아들 예수그리스도를 보내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신약은 그 약속대로 오신 예수님께서 십자가가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아버지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신 내용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리고 인류 구원의 완성을 위해 다시 오시겠다는 약속의 책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약속을 이루시기 위해 아들을 피 흘려 죽게 하셨습니다. 피로 이루신 약속이고 피루 세우신 언약입니다. 경건한 삶을 살아가는 크리스찬의 특징은 약속을 지키기에 신실하신 하나님처럼, ‘경건’이라는 말의 본래의 의미처럼 ‘하나님 스럽게’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스승이신 도산 안창호 선생님에게 약속에 관한 이런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도산 선생님이 상해 임시정부 대표로 있을 때 이만영이라는 가난한 한 아이와 오래전에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부금을 전달하러 안전지대를 벗어나 소년의 집을 방문하고자 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가면 위험합니다.”라고 만류했습니다. 그러자 안창호 선생님은 “약속은 생명처럼 지켜져야 합니다.” “아니, 다 큰 어른도 아니고 아이하고 한 약속이 아닙니까?”라며 한사코들 만류하는 손길을 뿌리치고 한 어린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소년의 집을 방문하다가 그 곳에서 일경에게 체포되고 결국 죽을 지경이 다 되어 출옥했지만 얼마 뒤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는 생명을 걸고 약속을 지킨 사람이었습니다.
몽중허인각차불배기신(夢中許人覺且不背其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꿈속에서 어떤 사람과 약속을 했는데 꿈을 깨고 나서도 꿈에서 한 약속이라 할지라도 그 약속을 지킨다는 뜻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인격의 중요성, 신의가 있는 인격의 중요성을 교훈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꿈에서 한 약속도 지켜내는 순전한 사람들이 그리운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