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 뉴스을 보는 중에 이런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운전면허시험에 959번 떨어지고 960번만에 합격하여 “958전 960기”의 주인공이 되서 작년 2010년 한해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오른 한국 전북 완주에 사는 70세 ‘차사순 할머니’가 이번에는 전북 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직장교육 시간에 새파랗게 젊은 경찰 아저씨들을 향해 “나 같은 70세 할머니도 했는데 하고자 한다면 젊은 사람들이 무얼 못하겠느냐!”고 일갈했다는 것이다.
작년에 얼핏 이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기는 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할머니에 대해 조금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이 할머니에 대한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결과는 한마디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나를 부끄럽게 했다. 70세 할머니의 도전 정신이 나를 부끄럽게 한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산에 올라가 산나물 캐서 장에 내다 파는 가난한 삶을 살아온 할머니, 17살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배움의 기회를 더 이상 가질 수 없어 배움에 한을 가지고 살아온 할머니였다. 아마도 이 할머니가 무엇인가 도전하지 않았다면 그저 가난하고 무식한 여느 시골 할머니에 불과한 인생으로만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할머니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바로 도전정신이었다. 3년 반 동안 도전하여 13번 만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고, 작년에는 69세의 나이로 5년 동안 960번을 도전하여 운전면허증을 땄다. 거의 5년 동안 공휴일과 국경을 재외하고는 매일 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았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집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적인 현실에는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이 할머니가 운전면허를 따기까지 투자한 돈이 약 2,ooo만원이 넘는 다고 한다. ‘7전 8기’는 들어 봤어도 ‘959전 960기’라는 말은 정말 생각만 해도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는 숫자가 아닌가!
차사순 할머니의 이런 기사가 나간 후에 할머니는 일약 국내외에 뉴스메이커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작년 7월 현대자동차그룹 ‘달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캠페인 광고에 모델로 발탁되었고, 한국광고PR실학회가 수여하는 ‘2010년 올해의 광고 모델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현대기아자동차로부터 ‘쏘울’을 기증받아 당당히 자동차 오너가 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국외에서는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시카코 트리뷴, 뉴욕타임즈등 해외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트리뷴지는 ‘960번(960 Times)’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기억시켜 주어야 할 ‘집념과 끈기의 귀감’으로 이 할머니를 소개하면서 “아이들에게 도전정신을 가르치고 싶다면 차 할머니의 사진을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두라. 아이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면, 960번의 실패 끝에 운전면허를 따낸 올해 69세 된 대한민국 할머니라고 말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누군가 차사순 할머니에게 ‘왜 그토록 기를 쓰고 면허를 따고자 했습니까?’하고 묻자, 할머니의 대답은 “하다가 포기하면 결국 아무 것도 안한 게 되니까. 그래서 그냥 끝까지 다녔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안한 게 되니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인생과 무엇인가를 해낸 인생은 분명히 다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인생의 길들은 이미 위대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살았던 인생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답습하며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것이 없는 인생이나 그저 답습하는 인생에게는 도전이 필요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꾸어보지 못한 꿈을 꾸고,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해 내고자하는 사람에게는 도전이 필요 하다. 그 꿈이, 도전하고자 하는 그 정신이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다. 19세기 검은 아프리카를 빛 가운데로 인도했던 위대한 개척자요 탐험가요 선교사였던 리빙스턴은 아프리카 선교를 자원하는 선교사 후보생들이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길을 알려 주세요.”라고 편지로 물으면 “이곳까지 오는 데 길이 있어야만 오겠다는 사람들이라면 나는 사양하겠습니다. 나는 길이 없어도 오겠다는 사람을 원합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959전 960기’의 차사순 할머니는 오늘도 도전하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다음 목표는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민생활에 지치고 힘들어, 때로는 포기하고 주저 않고 싶은 이들을 향해 차사순 할머니는 이렇게 도전한다. “도전해! 끝까지 도전해! 그래서 무엇인가를 해내는 사람이 돼! 할머니인 나도 해냈잖아!”